새만금 도요물떼새 19만마리, 어디로 갔을까

4~5월 머물던 봄철새, 2006년엔 20만마리에 가까웠으나 올해엔 5000마리뿐… 조류학자들 “그들이 갈 곳은 없다, 마구잡이 개발이 새들을 죽였다”

 

새만금에서는 해수의 유통을 막고 바다에 흙을 퍼부어 메꾸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도요물떼새들은 소금기가 배어 있는 갯벌에서 얼마 남아 있지 않은 게나 조개를 찾아 이리저리 헤맸다. 물막이 공사가 끝나기 전 20만~30만마리에 달했던 새들은 이제 다 합해서 수천마리나 될까. 살아남기 위해 먹이 찾아 바쁘게 뛰어다니는 몸짓은 안쓰러워 보였다. 민물도요와 좀도요, 검은머리물떼새는 소리에 극도로 민감해 사람 기척만 느껴지면 금세 날아가는 새들이다. 하지만 지금은 트럭이 쉴 새 없이 지나다니는 데도 먼 길을 떠나기 전 영양 보충에만 정신이 팔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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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도 지난 20일 충남 서천과 전북 군산 사이 금강 하구역의 작은 섬 유부도 갯벌에서 도요새류·물떼새류 새들이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유부도에는 매년 수만마리의 도요물떼새가 찾아와 영양보충을 한 뒤 북쪽 시베리아나 알래스카 등으로 날아간다. | 김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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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만금 지난 20일 전북 군산 새만금 공사현장에 남아 있는 갯벌에서 도요새류·물떼새류 새들이 먹이를 찾아 움직이고 있다. 새만금은 물막이 공사 전까지 20만마리가 넘는 도요물떼새들이 찾아왔으나 현재는 갯벌이 사라지고 먹잇감도 급감하면서 4000~5000마리만 머물고 있다. | 김기범 기자

 

■ 먹이 줄어 영양실조로 이동 중 죽었을 듯

지난 20일 오전 조류 연구자인 전북대 주용기 전임연구원과 함께 전북 군산의 새만금 공사현장을 찾았다. 한참 동안 어림잡아 본 도요물떼새들은 3000~4000마리에 불과했다. 예전에 20만~30만마리가 몰리던 새만금의 광경은 말할 것도 없고, 이날 새벽에 가까운 유부도에서 본 3만여마리의 철새보다도 극히 적은 숫자였다.

도요물떼새는 도요새류와 물떼새류의 나그네새 또는 봄철새로 일컬어지는 새들을 통칭하는 말이다. 뉴질랜드·호주·동남아시아를 떠나 주로 4~5월 사이에 한국을 찾아 약 2주간 머물면서 영양을 보충한다. 그러고는 다시 북쪽으로 떠나 가까이는 몽골·시베리아로부터 멀리는 알래스카까지 이동해 번식을 한다.

새만금은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힐 정도의 도요물떼새 도래지였다. 하지만 새만금을 중간 기착지로 삼아 북쪽으로 날아가던 수십만마리의 새들은 이제 과거의 기억이 됐다. 그 많던 새들은 어떻게 된 것일까.

새만금 사업에 반대해온 국내 조류연구가는 물론 충남개발연구원의 전문가, 국제기구의 조류학자들은 모두 “그 새들은 이미 죽었을 것”이라고 답했다.

주용기 연구원은 “2006년 새만금에서 확인한 개체 수는 19만8000마리였는데 지난해와 올해 관찰한 수는 5000마리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인천 송도에 본부를 둔 국제기구인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의 주딧 사보 조류담당관은 “새만금을 거쳐가던 38만마리의 붉은어깨도요 가운데 아직까지 생존해 있는 새들은 4000마리 정도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조사단마다 조사 지점의 수나 조사원의 수로 인해 개체 수가 차이 나긴 하지만 수십만 단위였던 새들의 수가 수천마리로 크게 줄어든 데는 이견이 없었다.

전문가들이 줄어든 새들이 죽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바닷물의 흐름을 막은 탓에 새들의 먹잇감인 게나 조개 등이 갯벌에서 급격히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먹이가 줄다보니 새들이 영양 보충을 제대로 못하고, 장거리 비행 중에 죽음에 이르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새만금 개발사업이 철새 수십만마리를 죽였다”며 분노와 슬픔을 토해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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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적부리도요 | ⓒ김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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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어깨도요 | 충남개발연구원 제공

새들이 죽지 않고 새만금이 아닌 다른 경로로 이동했을 가능성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가설이 섞인 이 질문에 고개를 젓고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 도요물떼새들 고유의 이동 전략과 생태계의 기본적인 원리였다.

충남개발연구원 정옥식 책임연구원은 “도요물떼새들의 이동 전략은 크게 두 가지인데 대체로 몸집이 작은 종은 중간 기착지인 국내 갯벌 이곳저곳을 거쳐가는 방식을 사용하고, 몸집이 큰 종은 한 곳만을 거쳐간다”며 “새만금 한 곳만을 거쳐가던 새들은 먹이 부족으로 영양 보충을 제대로 못한 탓에 이동 중에 죽음에 이르게 됐을 것으로 보는 편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주용기 연구원은 “설령 다른 지역을 통해 이동한다 해도 1만마리만 수용할 능력이 있는 곳에 수십만마리가 내리면 모두 공멸하는 길이 된다”며 “100명 먹을 음식을 수천명이 먹으면 다 같이 죽을 수밖에 없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했다.

새만금 인근 지역에서 관찰되는 도요물떼새들의 수가 크게 달라지지 않은 점도 새들이 죽었을 거라는 분석을 뒷받침한다. 금강 하구역의 유부도를 거쳐가는 새들은 5만~6만마리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새만금 갯벌이 파괴된 후 유부도는 국내에서 철새들의 생존에 핵심적인 지역으로 꼽힌다. 사보 조류 담당관은 “금강 하구 쪽으로 일부가 이동했을 수는 있지만 금강 하구는 새만금을 거쳐가던 수십만마리 새들을 수용하기에는 너무 작은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 다른 경로로 이동 가능성은 희박

새만금 사업 후 개체 수가 가장 많이 줄어든 새는 넓적부리도요다. 이 새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200마리도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추산된다. 붉은어깨도요는 멸종위기종이 아니었으나 새만금 사업 후에 멸종위기를 맞게 된 종이다. 정옥식 연구원은 “1996~1998년에는 붉은어깨도요가 하루 최대 12만마리까지 관찰됐으나 최근에는 7만마리 정도로 감소했다”며 “최근 10년 사이 전 세계에 생존해 있는 붉은어깨도요 수가 20~30% 감소하면서 국제자연보전연맹(IUCN)도 보전 대책이 필요한 취약종으로 분류한 바 있다”고 전했다.

남반구에서 북반구로 이동하는 새들의 중간기착지 역할을 하는 한국에서 갯벌은 특히 중요한 먹이 공급처이다. 장거리 비행으로 에너지를 극도로 소모한 도요물떼새의 몸무게는 한국에 올 때쯤이면 출발지에서의 절반 정도로 줄어든다. 한국에 머무는 2주 동안 새는 부지런히 먹이활동을 해 다시 몸무게를 2배가량으로 불린 후 떠나간다. 20일 망원경으로 관찰한 도요물떼새들도 출발 시기가 다가온 탓에 목과 배 사이 지방을 저장하는 부위가 빵빵하게 부풀어오른 상태였다.

현재 도요물떼새들의 생존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것은 갯벌 파괴이다.

해양수산부의 조사·집계 결과 국내 갯벌 면적은 2008년 12월 말 현재 2489.4㎢로 파악됐다. 5년 전인 2003년보다 60.8㎢ 감소했다. 3203.5㎢였던 1987년과 비교하면 714.1㎢(22.3%)가 줄었다. 해수부는 다음달쯤 새로 집계한 국내 갯벌 면적을 발표할 계획이다. 2008년 이후에도 갯벌을 파괴한 개발사업들이 이어져 갯벌 면적은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인천신항의 항로 확보를 위해 준설한 흙을 버리려고 해수부가 인천 영종도 갯벌에 조성 중인 준설토 투기장 면적은 4.16㎢에 달한다. 충남 당진의 현대제철이 폐기물 투기장을 조성하기 위해 매립하려는 갯벌 면적도 0.23㎢가량이다. 2008년과 2009년에 간척과 매립 허가가 난 갯벌만 20.2㎢에 달하는 등 갯벌 파괴는 가속화되는 추세다. 그만큼 철새들의 소중한 삶터는 한해 한해 줄어들고 있다.

 

원본링크: http://news.khan.co.kr/kh_new/khan_art_view.html?artid=201405232125245&code=61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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