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로 해마다 개체수 26% 급감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를 따라 이동하는 물새 가운데 가장 심각한 멸종 위기에 처해 있는 새로는 넓적부리도요(사진)가 꼽힌다. 검은색 주걱 모양의 부리가 특징인 몸길이 약 17㎝의 이 새는 2000년 이후 해마다 26.4%씩 급감해 현재 전세계적으로 200여마리도 채 남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현재 감소 추세가 계속된다면 2020년쯤엔 영원히 사라질 것으로 예측돼, 최근 영국에서 인공 증식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국제적 보전 노력이 시도되고 있다.
이 새는 예전엔 봄과 가을에 우리나라의 낙동강 하구와 새만금 개펄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새였다. 8000여㎞나 떨어진 극동 러시아의 번식지와 동남아시아의 월동지 사이를 오가는 장거리 비행 도중 잠시 휴식을 취하며 떨어진 에너지를 보충하는 중간 기착지로 두 지역을 주로 이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와 생명의 터’ 조사를 보면 2011년 국내에서 관찰된 개체수는 20마리뿐이었다. 조류 전문가들은 낙동강 하구 개발과 새만금 매립이 개체수 급감의 원인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황해 연안을 중간 기착지로 삼는 도요새 가운데 넓적부리도요 다음으로 멸종 위험이 높은 종은 붉은가슴도요, 큰뒷부리도요, 붉은어깨도요 등이다. 1990년대 초반부터 이어진 이들의 감소 추세가 이어진다면 2020년에는 1992년 개체수의 7%만이 남게 될 것이라는 게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종생존위원회의 결론이다.
‘새와 생명의 터’ 대표 나일 무어스 박사는 “최근 넓적부리도요 인공증식 프로그램이 시도되고 있지만, 중간 기착지인 황해 연안의 개펄 보전 노력과 함께하지 않고는 이 종의 멸종을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원문 기사: http://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550014.html